(2006년 가을, 스물세살의 어느 날)
매미는 왜 겨우 며칠을 나무 위에 올라가서 맴맴 울기 위해서 땅 속에서 17년동안이나 살까?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 두 가지를 최근에 읽은 적이 있는데 꽤나 그럴 듯 하다.
첫 번째로는, 오랜 옛날 매미가 유충인 시절 그들을 위협하는 기생충이 있었다고 한다. 그 기생충은 매미의 유충에게 매우 치명적이라서 거의 멸종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었다. 따라서 매미는 생존을 위해 이들을 피해야 했고 그 매미는 본능적으로 이들과 수명 패턴을 달리 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기생충의 수명이 2년이라면 매미는 2의 배수가 되는 수명을 피하는 것이 유리했다. 이 때 매미의 수명이 4년이라면 매미와 기생충은 각각의 수명의 최소공배수인 4년마다 한 번씩 유충의 형태로 만났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충의 수명이 3년이면 역시 매미는 3의 배수가 되는 수명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수명을 바꿔온 매미는 기생충과 수명 주기를 가장 잘 피할 수 있는 소수(素數)년을 사는 법을 택했다. 결국 매미는 17년까지 살도록 진화했다. 기생충 역시도 매미와 수명을 맞추기 위해서 이를 따르려 했지만 17년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16년을 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16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72년을 맞추기가 불가능했고 결국 오랫동안 매미에 기생하지 못한 기생충은 결국 완전히 멸종해버리고 만 것이다. (5년, 7년, 13년 매미가 있는 것도 결국은 같은 원리이다.)
또 다른 견해는 매미-기생충 간의 경쟁이 아닌 매미 동종(同種) 내의 경쟁을 이용한 설명이다. 역시 비슷한 원리로서 매미라는 종 내에도 여러 생존주기가 있겠지만 이들 수명들 간의 최소공배수가 작은 수일 경우에는 몇 해마다 심각한 식량난을 맞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매미의 수명 주기가 3년이고 다른 매미의 수명 주기가 4년이면 이들은 12년 마다 한 번 씩 같은 시기에 성충이 되어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서로가 만나지 않도록 각각이 13이나 17과 같은 수명 주기를 선택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한정된 먹이를 가지고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소수의 개념을 깨우쳐서 자신의 진화를 이런 방향으로 유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여러 수명 주기가 있었으나 위와 같은 수명 주기의 매미들만이 적자생존(適者生存)으로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혹은 수명 주기를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소수년이 가장 적합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천적이든 경쟁자든 이들을 피함으로써 자신만의 시,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금 다른 방향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삶도 때론 매미처럼 '남달리' 사는 것도 일종의 지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들이 많이 하고, 보고, 듣기에 나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가끔은 초연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때론 괴짜처럼, 때론 불필요한 것에 대해 천착(穿鑿)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몇 해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도 결국엔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12, 24, 36, 60...... 과 같이 많은 수로 나누어질 수 있는 둥글둥글한 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한 편에서는 7,11,13,17...... 처럼 소수와 같은 마음으로 도도하게, 독단적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한 때 많은 시선을 받으며 수많은 수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멸종해버린, 혹은 멸종의 위기를 맞은 합성수(合成數)들을 비웃으며 유유히 뻗어나갈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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