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른 봄, 스물두살의 어느 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몇개의 단체(community)가 있다. 그 커뮤니티는 대학의 같은 과 선후배 모임일 수도 있고 동아리, 같은 출신고, 같은 취미나 사연을 가진 테마가 있는 모임일 수도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경로는 이 커뮤니티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커뮤니티는 '친목의 도모'를 목표로 하고있다. '친목 동아리' 처럼 친분 도모가 가장 주된 경우도 있고 '과 커뮤니티' 다른 목표를 가진 커뮤니티도 있다. 하지만 다른 목표를 지닌 커뮤니티에서도 부차적으로는 친목도모의 기능을 함께 도맡고 있다.
하지만 때떄로 나는 '커뮤니티'라는 이름이 주는 폭력성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나처럼 '친목' 이라는 이름과 다소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친목 도모를 위해 조직된 커뮤니티이기에 진정 친목을 도모하기 힘들다는....모순적인 폭력성을.
예를 들어 10명이 결성한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자. 암묵적으로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의 빈도수가 어떨지는 모른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10사람 모두 동등하게 친근하며 한 사람도 배제시키지 않는 것을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10명 중 자신과 특별히 마음이 맞아 더 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때 내가 친한 구성원에게만 연락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겐 연락을 돌리지 않았다면? 특히 이 사실이 다른 구성원에게 알려졌다면? 구성원들의 친목은 차라리 커뮤니티를 결성하지 않았을 때 보다 더욱 악화될 소지가 매우 크다.
특히 커뮤니티가 그리 오랜 연륜을 지니지 못했을 때, 그리고 애초의 구성원들 사이에 큰 응집력이 없을 때 이런 불균형의 여파는 매우 크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두려워서 약간의 친분을 느낀다 하더라도 차라리 구성원 전체에게 연락을 돌리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꽤 있다.
사실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한 자리에서의 최대 인원은 몇 명일까? 5명을 채 넘지 못한다고 본다. 2명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많아봐야 4명 정도?...하지만 커뮤니티 내의 다른 구성원들을 소외시킬까 두렵기 때문에 진정 대화를 나눌 4명을 따로 불러내는 것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나는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후배들이 들어옴으로써 새롭게 추가된 커뮤니티 구성원들. 아직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에 지금 내 친분의 화살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는 큰 영향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론 다들 동등한 후배들, 하다못해 싸이 홈피를 방문하려 해도 누구만 방문하고 누구는 방문 안 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 신경쓴다면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까? 반수를 함께 한 친구들끼리 결성한 '1/2 모임', 고등학교 시절 1학년 7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삶은 계란', 백두과 동기들, 한번의 미팅에서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 등등...'단체'라는 큰 개념 때문에 진정 중시해야 할 '개인간의 친목 도모'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어쩔 수 없이 대규모의 술자리에 우루루 참석해서 깊이 없이 떠들석하게 잡담 하고 또 다시 우루루 헤어져야만 동등하게 만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구성원 중 한 명도 소외되어 상처받지 않는다. 깊이있는 얘기를 나누며 친근해지기 위해서 한두명만 따로 연락하는 것은 자제한다. 싸이홈피도 웬만하면 그 단체의 한 명을 방문했다면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방문해줘야 미덕이다. 명절을 맞아 보내는 문자메세지도 성의없는 단체메세지로 대체된다.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친분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라는 개념 때문에 진정 친해지기가 더 어려워지는...이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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